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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5시, 여느 날과 달리 한 시간 늦게 집을 나섰다.
어제저녁, 나의 취침시간에 특별 미팅이 있었던 터라 잠자리에도 늦게 들었고, 첫 미팅을 계획하고 진행했던 첫 주였기에 여느 때 보다 한 주 동안 나를 감싸고 있던 긴장감은 매우 딴딴했었다. 그것들이 한 번에 풀어졌던 것일까? 아침에 몸을 일으키기가 쉽지 않았다. 함께하는 운동프로젝트 시간은 6시이니 한 시간 남았다.
나의 아침루틴은 꽤 빽빽한 편이다. 게다가 한시간 늦게 움직이기 시작했으니 더욱더 빡빡했지만, 엘리베이터를 타자마자 망설임 없이, 나는 과감하게 2층 체력단련장이 아닌, 로비층을 눌렀다. 로비층에 이 새벽에 무슨 볼일? 기다리던 우편물이 있었다. 백여명에게 똑같지만 다른 선물이 발송되었다. 그리고 나도 그 행운의 선물 주인공이었다. 택배가 아닌 우편으로 오는 것이기에 받는 속도가 달랐다. 선물을 받은 작가님들의 SNS 인증샷들을 보며, 나도 내 것이 너무 궁금했다. 어제 그 선물을 보내주신 기획자님은 아침방송에서 우편물이라 분실될 수도 있으니 도착하지 않았으면 연락을 달라고 하셨다.
로비층에 도착 엘리베이터가 열리자마자 튀어 나갔고, 나도 모르게 발걸음이 빨라졌다. 코너를 돌자 우편함이 보였고, 선물을 담기엔 다소 비좁아보이는 작고 빼곡함 우편함이 눈에 들어왔다. 물론 멀리 서는 우리 집 호수인지 아닌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오렌지 컬러의 무엇인가가 보였다. 가까이 가서 보니 역시 우리 집 우편함에 꽂혀있는 것이 맞다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 안도감과 설렘이 몰려왔다. 분실이 안되었다는 안도감, 그렇다고 하면 무엇이 올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데, 설렘이 왔던 까닭은 무엇일까?
손에 넣었지만, 바로 뜯어보지는 못했다.
러닝/머리서기/계단오르기 그리고 집에 도착해서 곧바로 운동프로젝트 줌을 켜고 사람들을 만났다. 그리고 근력운동 시작, 어찌 보면 운동을 대단히 좋아하는 사람 같이 보인다. 하지만 아직은 그 경지는 아니다. 너무 좋아하지는 않지만, 이제는 운동은 삼시세끼 밥을 챙기는 것과 마찬가지로 생존에 있어서 필수라고 생각하기에 웬만하면 거르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끝나자마자 서둘러 오렌지 색 봉투를 열었다.
오렌지 봉투에서 나온 것은 하얀색 표지에 깔끔한 책 제목, 그리고 기획자의 옆모습이 담긴 책 한권 이었다.
이미 내가 가지고 있는 책이다. 그리고 그것이 올 것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렇다고 하면, 설렘의 정체는 무엇이었을까?
내 진짜 선물은 바로 이것이다.
너무 잘하고 계세요.
될 수 있는 최대한의
자신이 되어 보세요.
기획자의 자필 메시지다.
순간 많은 생각들이 머리를 스쳐갔다. 만감이 교차한다고 하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의 나까지 한꺼번에 파바바박 하고 팝업이 떴다가 사라졌다.
퇴직 같은 휴직을 결정했다. 그리고 발을 디뎠던 세상은 생각보다 더 막막했었다.
운 좋게 함께하는 찐 동료들은 만났지만, 뒤따르고 싶은 리더는 만나지 못했었다. 불안한 마음에 리더를 찾는 것이지 실제로 리더가 중요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잘 안다. 내가 어떠한 마음으로 어떻게 해나가느냐가 중요하다. 새로운 삶을 살아갈 나만의 철학과 방향이 필요하다.
마치 내가 초임 팀장이 되었을 때의 느낌이다. 어느 날 갑자기 우리 팀의 맘씨 좋은 팀장님은 캄보디아 지사로 발령이 났다. 그리고 난 하루아침에 준비라곤 1도 없는 상태로 동료에서 팀장이 되었다. 팀장의 역할을 옆에서 봤고, 주변에 수많은 팀장 선배들이 있었고 많은 조언을 구했다. 하지만 난 도대체 어찌할 바를 몰랐다. 초임 팀장을 위한 사내 매뉴얼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책도 물론 찾아봤다. 지금은 그러한 책이 넘쳐나지만, 그때는 리더의 역할에 대한 다소 난해한 책뿐이었다. 그때, 나의 X-팀장이었던 분께 이러한 조언을 받았었다.
잘하고 있어.
무엇이든 진심으로 대하면,
언젠가 통하게 돼있어.
너무 불안해하지 말고,
차근차근해 나가.
쏟아지는 업무, 확장된 인간관계 속에서 좌충우돌 이리저리 치이며 고군분투하던 내게 다가왔던 묵직한 한 마디,
"잘하고 있어."였다.
세상 밖 출근 1일 차를 시작하여 불안에 휩싸인 내게 방향과 방법을 제시해 주는 기획자,
그는 오늘의 불확신한 내게 "너무 잘하고 계세요"라고 말했다.
초임 팀장 시절의 나, 그리고 현재 새로운 삶을 찾아가고 있는 나, 그 둘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말은 잘하고 있다는 응원의 말이었던 것 같다. 앞으로 펼쳐질 더 치열한 삶으로 한발 디딜 수 있는 힘을 주는 마법의 선물 같은 말.
오늘의 진짜 선물은
너무 잘하고 계세요.
기획자님, 한여름 속 시원한 선물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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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이렇게 다 주셔도 되나요?
기획자의 아침생각에서
기획자의 생각도 얻고, 책도 얻었다.
하지만, 진짜 선물은 바로 자필 메세지
"너무 잘하고 계세요."
복잡하고 불안한 내 머리와 마음을 읽으셨나보다.
@leejunghun1010한여름 속 시원한 선물 감사합니다.
#쓰려고읽습니다. #작가이정훈 그리고 #책과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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