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으로 100일 챌린지 돌입
나는 애초에 잘할 생각은 없었다. 그냥 할 생각만 있었다.
생전 처음하는 것들을 6개씩이나 하면서 처음부터 잘할 생각이었다면, 나는 시작하지 않았을 것이다.
어쨌건 기대치를 낮추니 하루하루 하는 것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대신 나는 까먹지 않고, 우선순위에 밀리지 않고 해내기 위해서 나의 모닝 루틴에 이것들을 모두 넣어버렸다.
달리기, 815런을 시작으로 그 때는 이미 50일에 가까운 날의 달리기를 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하면, 이미 1일1틱톡은 하고 있는 셈, 그리고 #OSMU, One Source Multi Use를 아는가? 틱톡의 영상을 릴스와 유튜브 숏츠에 올리면 된다. 즉 1타 3피가 가능한 시스템이다.
달리기 => 틱톡=> 인스타그램
머리서기 => 유튜브 숏츠
계단오르기 + 감사100번 외치기
논어필사 => 인스타그램
아침에 일어나서 달리기를 하면서 틱톡을 찎어서 인스타그램까지 올리고, 달리기가 끝나고 머리서기를 하고나서 숏츠에 올리고, 그리고 계단을 올라오면서 감사를 100번 외쳤고, 집으로 들어와서 논어 필사를 해서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잘할려는 욕심을 내려놓고, 즉 힘을 빼고 시작한 챌린지라서 수월하게 진행됬다.
한개한개, 하루하루 "해냈다"에 초점을 두었다.
그런데, 몇가지 기대하지 않았던 결과가 생겼다.
1. 달리기/계단오르기 포기하지 않고 지속하게 되었다.
2. 틱톡, 인스타그램을 매일 들여다보니 바뀌는 기능도 보이고,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활용하는지를 알게되었다.
3. 유튜브는 보기만 했던 것에서 나도 올리는 사람이 되었다. 그리고 올리고 마는 행위에 급급해서 각각의 콘텐츠를 살펴보지 못했는데, 어쩐일인지 구독자가 100명정도 모였고, 몇몇 콘텐츠는 2만뷰가 넘는 것도 있었다.
4. 감사외치면서 그 순간동안은 감사할만한 일들도 떠올리게 되고, 감사하지 않은 일도 감사하게 느껴보고자 하는 노력도 하게 되었다.
5. 논어를 한번도 제대로 본 적이 없었는데, 논어에 이렇게 좋은 말이 많았구나 하면서, 관계에 대해서 생각도 다시 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지금은 또 다 까먹었지만.) 그리고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한자를 써본지가. 한자는 우리 생활과 뗄레야 뗄수가 없다. 학창시절 배운 한자로 여태껏 연명해왔다. 대부분은 읽는 것 정도다. 한자가 포함된 종이 신문도 볼일이 없으니 사실상 내가 읽는 한문은 그렇게 많지 않고, 그 한자를 읽지 않는다고 해서 생활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기 때문에, 많이 잊어버렸다. 한자는 읽을 일도 거의 없었으니, 쓸일이 있었을리 만무하다. 어쩌다 내이름 석자 썼을까? 기억조차 나지 않았다. 그랬던 내게 한자를 다시 필사한다는 것 자체가 묘한 기분이 들었다. 특히 획수가 많은 한자를 쓰면서 쓰지않았던 뇌의 일부를 쓰는 느낌이 들었다. 나쁘지 않았다.
6. 머리서기, 이것이 가장 큰 의외의 소득이었다. 나의 목록에 조차 없던, 갑자기 포함되었던 항목이었다. 걱정 많았던 항목이기도 했고, 할 때마다 넘어질까봐 긴장감 가득했다. 그런데, 29일차에 벽에서 내 발이 떨어졌다. 물론 몇초였지만, 떨어졌다는 것 그 자체가 앞으로의 가능성을 제시해준 것이었기에 놀라웠다. 이쯤되면 내가 머리서기에 꽤 많은 공을 들여서 열심히 했다고 생각하겠지만, 머리서기는 더도아니고 덜도아니고 타이머 세팅해놓고 딱 1분만 한다. 초반에 익숙해지면서 2-3분까지도 버텨봤지만, 선생님께서 1분씩만 하라고 가이드를 주셨다. 난 꽤 말을 잘 듣는 편, 그래서 아직까지도 정말 딱 1분만 한다. 그리고 61일차땐 요가선생님이 잡아주시지도 않고, 벽을 뒤에 둔것이 아닌 상태 즉, 요가실의 중간에서 꽤 버티는 것을 성공했다. 물론 벽에서 발을 떼고 버티는 것은 꽤 진척이 된 상태였다. 하지만 심리적요인으로 벽에 발을 떼고있어 벽이 필요 없지만, 뒤에 벽이 있고 없고, 그리고 선생님이 있고 없고는 아주 큰 차이였다. 사실 머리서기는 신체적인 트레이닝 뿐 아니라, 심적인 트레이닝이 모두 포함된 아주 고난도 동작이다. 아직 그 심적인 것을 극복하지 못한 나는 벽이 없어도 가능한 수준이 된 지금도 여전히 벽 앞에서 머리서기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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