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E BUCKET CHALLENGE
며느리가 미쳤어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일이다.
내가 얼굴을 드러내고, 목소리를 내는 영상을 찍어서 SNS에 자발적으로 올렸다. 심지어 그 영상을 찍었던 곳은 시댁 옥상, 난 18년 차 며느리, 시댁에선 조용한 편이다. 마음 한편에선 며느리가 미친 게 아닐까 생각하실까 봐 걱정되었지만, 내겐 옵션이 없었다. 녀석들 방학기간인데, 이번에는 장거리 여행대신 짤막하게 하루하루를 보내기로 했다. 그리고 오늘은 시댁 가는날, 초저녁까지는 영상을 올려야 했는데, 아침부터 집을 나선 터라 미친 며느리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때가 되자 떨렸다. 아이스버킷이 내려온 후에는 온몸이 젖어서 재촬영을 할 수가 없다. 하지만 그것 보다 며느리가 뭔가를 찍는다고 하니, 두 분께서 나를 향해 핸드폰을 드셨다.
정면에 놓인 카메라와 부모님,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그 순간 정신이 혼미해졌다. 매우 간단한 멘트였음에도 말이 꼬였다. 한 번의 NG, 다시 마음을 다잡고 시작.. 말이 꽤 꼬였지만, 그냥 갔다.
화면 밖에선 남편이 대기 중이었다. 남의 편인가? 물을 얼마나 많이 준비했는지, 본인도 들기에 벅차서 조금 버렸다. 그리고 세녀석들의 쫑알거림, 원치 않았지만, 녀석들이 내 뒤로 분주하게 왔다 갔다 하는 것이 느껴졌다. 나를 바라보는 눈이 꽤 많았다 도합 14개. 셀카 모드로 촬영 중이라 내 눈도 나를 보고 있었다. 나의 멘트가 마무리되고, 드디어 버킷이 남편손에 들렸다.
나는 남편에게 신호를 보냈다. 그 순간 쏟아지는 물.
남편은 진심이었다. 어느 폭포수 아래 서있는 느낌. 차가운 물이 다 흐르고 나서 정신 차리고 카메라를 보니,
끄악!!!!!!!!!!!!!!!!!!!!!!!!!!!!!
꺼졌다. 나를 촬영하던 폰카메라도 남편의 동선을 모니터링하던 폰카메라도 모두 꺼졌다.
순간 아찔했다. 다시 찍어야 하나?
급히 정신을 차리고, 휴대폰을 켰다. 다행히 중간까진 있었다. 난 다시 찍을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바로 카메라 on, 카메라에 물이 튀어서 꺼졌음을 알리고, 감사인사를 하고 마쳤다.
부모님, 남편 모두 어리둥절하여 다시 찍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물으셨다.
난 덤덤히 괜찮다고 말씀드리고, 서둘러 정리를 했다.
영상편집 후 업로드를 해야 했지만, 이후에도 배터리가 없어서 핸드폰이 꺼졌고, 충전을 하려고 하니 충전단자에 물이 들어가서 충전이 되지 않아, 집으로 돌아와 드라이어로 어느 정도 말린 후에야 충전을 할 수 있었다.
편집하면서 보니 영상 퀄리티가 썩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최선의 결과였으니 만족하기로 했다. 어차피 돌아갈 수 없는 시간이다.
그렇게 나의 첫 아이스버킷챌린지는 마무리되었다.
아이스버킷챌린지 다음분들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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