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서 급구, 스케쥴링과 기록, 정리
회사에서 모든 미팅에 참석하러 갈 땐, 옆구리에는 회사 다이어리를 끼고, 손에 핸드폰을 집어 들고 바쁘게 발걸음을 옮긴다. 가끔 태블릿이나 Laptop을 지참하지만 역시 20년 넘게 습관이 되어서 그런지 다이어리 만한 것이 익숙한 것이 없다. 그리고 나는 미팅 때마다 바삐 적어 내려가는 스타일이라 미팅이 끝나고 나면 다이어리의 페이지가 빼곡하다. 나의 다이어리는 빼곡히 적힌 스케줄뿐 아니라, 놓치지 말아야 할 지시사항 전달 사항이 1년 내내 쉴 새 없이 채워졌다. 하지만 간혹 다이어리를 놓고 오는 당혹스러움을 겪는다. 다른 곳에 두고 와서 잃어버리기라도 한 경우에는 all-stop이 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이어리가 없다고 일을 못하는 게 말이 되냐? 고 말하겠지만. 표면적인 것 그대로 지시사항이 기억이 나지 않아서 일을 못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나의 기록, 역사이기에 다이어리의 부재는 멘털이 흔들릴 정도로 크다. 게다가 다이어리 없이 빈손으로 미팅을 참석하는 직원은 태도를 운운할 정도로 다이어리와 회사생활은 긴밀하다. 조금 오버해서 말하자면, 다이어리를 자주 두고 옴 = 정신상태가 해이해짐, 다이어리를 안 가져옴 = 일할 맘이 있는 것인가? 등으로 평가된다. 매년 회사에서 지급되는 다이어리가 있지만, 연말이 다가오면 별도의 다이어리를 선물한다. 나도 몇 해동안 팀원들에게 선물하기도 했고, 또 다이어리를 선물 받기도 했다. 예쁜 나만의 다이어리를 갖는 것도 좋고, 다이어리는 내지의 구성에 따라 용도를 달리해서 사용하는 묘미가 있기 때문에 별도 선물하는 이유이다.
휴직 전 11월, 다음 해 휴직을 준비하는 내게 찐친이 전년도에 이어서 다이어리를 선물하겠다고 컬러를 고르라고 했다. 여러 번 물었다. 하지만 나는 한사코 거절했다. 우리에게 있어서 다이어리 = 회사생활의 존속의 의미이기에 그녀는 복직을 하라는 뜻을 담았고, 나의 대답은 그렇지 못함을 담았던 것이다.
회사에서 최소 2권의 다이어리를 ᄊᅠᆻ지만, 난 또 한 권의 다이어리를 썼다. 연말마다 커피의 잔수를 다급하게 채워가면서 몇 년째 받은 다이어리를 받았다. 빨리 채워야 원하는 것을 받을 수 있었다. 상술이고, 그 가격으로 다른 다이어리를 사는 것이 더 경제적이지만, 그냥 그때는 어차피 먹는 커피이고, 무료?라는 생각에 포기하지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개인적인 용도는 그다지 절실하게 사용하지 않았다. 출퇴근 시 매일매일 가지고 다녀도 펴볼 새도 없었고, 그러다가 꺼내놓으면 어디다 뒀는지 찾기 힘들었고, 그러하니 정작 필요할 때 손에 없어서 사용하지 못했다. 때문에 적어도 매일매일 위치 파악이 되는 핸드폰으로 자연스럽게 이동하게 되었다. 하지만 핸드폰으로 대단한 기록을 남기는 것 자체가 피곤했기에, 모바일 스케줄 앱에 간단하게 기록을 하는 것으로 대신했다.
그렇다. 모바일은 매일 가장 나와 가깝게 있기에 아날로그 다이어리의 단점을 보완했지만, 많은 내용을 담기는 매우 불편하다. 손가락도 피곤하고, 길게 갈수록 속도도 나지 않고 눈도 아프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작아서 답답하다. 그렇다면 Laptop은 어떠한가? 내가 제일 사랑하는 엑셀의 경우 Laptop에서 작업하기엔 제일 편하다. 하지만 매번 Laptop을 들고 다니는 것도 아니고, Laptop을 들고 다닌다고 해도 모바일처럼 바로바로 꺼내볼 수 있는 편리성이 있는 것도 아니다. 클라우드에 넣어놓지 않으면 모바일 사용이 불가능하다. 물론 엑셀 파일을 클라우드에 공유하여 놓으면 모바일 사용이 가능하지만, 모바일에 최적화된 화면이 아니기에 그 모습이 탐탁지 않다. 또한 클라우드를 사용한다고 해도 사진, 영상 등 용량이 큰 자료들이 많아서 용량 문제를 무시할 수 없다.
회사에선 PC와 다이어리로 나름 문제없는 스케쥴링과 자료정리 보관을 문제없이 했다. 하지만, 세상밖 1일 차 나는 어떤 도구를 사용해야 하지? 내 모든 것을 직관적이면서도 예쁘게 사용할 수 있는 것이 필요했다. 도통 답을 찾을 수가 없었다. 나를 서포트 해줄 비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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