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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일백장

습관의 힘 _ 책쓰기 프로젝트

by 어썸마음 2023. 4.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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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관의 힘 _ 책 쓰기 프로젝트

그녀는 지금 가족들과 함께 전라남도 무안군에 있습니다. 이곳은 80대 노부부가 농사를 지으며 살고 계신 곳입니다. 바로 그녀의 큰아버지댁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방학 때마다 들렀던 곳으로 매우 친숙한 곳입니다.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20년 전 할머니 돌아가셨을 때 그리고 결혼 후 1번 정도 잠시 들렀던 것 같은 희미한 기억이 전부인 것을 보니, 그 시점으로부터 따지자면 10년 정도 만에 온 것 같습니다.

 

집이 언제 지어졌는지 정확히 모르지만, 전체적인 한옥의 틀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지만, 내부는 꽤 바뀌었습니다. 이전에 메인으로 사용하던 공간은 지금을 창고로 사용되고 있고, 노부부의 생활편의를 위해 지금은 주방곁에 새로 침실과 거실을 겸비한 원룸형태의 공간 속에서 생활하고 계셨습니다. 그래서 그녀에게 이곳은 반은 친숙하고 반은 그렇지 않은 곳이었습니다.   

 

그리고 한가지 더 두드러지게 바뀐 점이 있었습니다. 아흔에 가까우신 큰어머니께서 무릎관절 수술 이후로 급격히 건강이 안 좋아지셨고, 지금은 치매증세도 있으십니다. 그러한 까닭에 농장일 뿐 아니라 집안일까지 모든 살림은 큰아버지께서 관장하고 계셨습니다. 부엌살림 물론 큰아버지 몫입니다. 큰아버지께서 음식 준비를 하려는 올케언니에게 주방기기, 양념등 모든 것은 본인께 물어보라고 말씀하십니다. 이곳은 시골, 한옥, 6남매 중 장남, 슬하에 딸 2, 아들 2, 사위 2, 며느리 2, 손자 손녀 11명을 두신 분이었기에, 그녀의 기억 속에 큰아버지는 부엌에 들어가실 일이 없으셨던 분입니다. 하지만 지금의 그의 모습은 달랐습니다.

 

어제 새벽두시에도 이곳저곳 집안과 마당을 다니시던 큰아버지께서는 세 시간의 깊은 잠을 주무시고 다시 활동을 시작하셨습니다.  창고방에 불이 켜져 있는 것을 보고 의아해하며 들르셨다가, 그녀를 보고 환한 아침 인사를 건네고 쿨하게 가십니다.

 

현실과 과거 기억속의 수많은 감정들이 교차하는 이곳, 그녀들 덕분에 루틴대로 잠자리에 들었던 그녀는 도시의 불빛을 맛볼 수 없는 아주 컴컴한 조금 다른 아침이었지만, 여전히 아침을 맞이했고, 글 쓸 공간을 찾아 앉고 먼지 가능한 책상과 주변을 살짝 닦아내고 앉았습니다. 이 것이 습관의 힘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친숙하고 낯선 이 공간에서 왠지 글이 더 잘 써지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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