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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일백장

독한 년이 되다 _ 책 쓰기 프로젝트

by 어썸마음 2023. 5.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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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한 년이 되다 _ 책 쓰기 프로젝트

 

그녀는 정면 돌파, 내면에 숨어있는 전사를 찾기로 합니다.

 


나는 독한년이었다.

 

월드컵으로 온 나라가 들썩했던 2002년, 그 해 1월 대학 졸업식을 앞두고 교수님 추천으로 강남 작은 의류 수출 벤더(Vendor) 회사에 과동기와 함께 입사하였다. 아버지께서는 교직원이셨기 때문에, 나는 회사라는 곳을 가본 적이 없었다. 현업과 겸임을 하시던 강사님은 학교에서 배우는 것과 실제는 완벽히 다르다고 했다. 드라마에 나오는 꿈의 직장은 없다고 했다. 그래서 큰 기대를 했던 것은 아니라고 해도, 첫 직장이었으니 출근날 설렘은 물론 있었다. 하지만 진짜였다. 핸썸한 동료, 선배 대신, 어르신, 아저씨 그리고 다소 까칠한 언니뿐이었다. 일도 우아하지 않았다. 사무실은 각종 원단과 의류 부자재, 옷으로 넘쳐났다. 먼지도 상상 이상이었다. 일명 까대기라고 불리는 원단 정리하는 날은 삼겹살이 필수고, 콧속은 상상에 맡기겠다. 매일 야근하고, 토요일도 오후 느지막히 퇴근했지만, 함께 입사한 친구 덕에 첫 직장을 무리 없이 다녔다. 같은 일을 할 바에는 큰 회사로 가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했다. 사원 3년 차에 동종 업계 넘버원 회사로 이직을 결심했다. 일이 많기로 소문이 자자했지만, 일단 겪어보기로 했다.

 

내가 다녔던 의류 수출 벤더란 어떤 곳인가? 니트원단(Knit Fabric)으로 가먼트(Garment)를 만들어서 수출하는 곳이다. 다이마루라고 부르는 환편, 쉽게 말하면 티셔츠 원단을 주로 사용해서 옷을 만든다. 유치원생 딸들에게 설명해주는 언어로 한 문장으로 표현하자면, 티셔츠를 만들어 수출하는 회사다. 주로 미국 바이어다. 의류 수출 회사의 꽃은 샘플이다. 주문에 맞추어 씨앗을 심고, 가꾸어 꽃을 피워 꽃다발을 만들어 생일날에 맞추어 배달해야 한다. 우리의 사명은 바이어의 요청 사항을 완벽하게 맞춘 티셔츠 샘플을 만들어 내는 것, 그리고 Fedex를 통해 미국 바이어 사무실에 제 때 도착할 수 있도록 스케쥴을 맞추는 것이다. 각각 주어진 미션의 콜라보레이션(collabalation)이 한치의 오차없이 맞춰져야 한다. 실제 주어진 시간이 길고 짧은 것과 상관없이 샘플을 보내야 하는 기한일(Due Date)은 늘 정신없고 바빴다. 본작업 오더(Order)를 수주하면, 그 때부터 완제품이 출고되는 그 순간까지 시간과의 싸움이 다시 시작된다. OEM방식 오더이기 때문에 우리 맘대로 할 수 있는 것은 단 하나도 없다. 시간에 맞춰 바이어에게 승인(Approval) 받는 절차가 많다.

처음부터 난 해외영업팀 소속이다. 모든 일의 시작과 끝, 책임을 져야하는 숙명을 안고 살았다. 전체 업무기간 중 절반에 가까운 시간동안 팀장으로 근무했다. 반복되는 일상처럼 보일 수 있겠지만, 조용한 날이 없다. 하루에도 몇 번씩 미친년이 되었다. 독한 사람이 오래 일하는 줄 알았다. 아니다 오래 버티는 놈이 독한 놈이다. 나는 누가 봐도 미친년, 독한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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